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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소서

윤동주 별 헤는 밤 패러디 계절이 지나가는 9월에는 공고로 가득 차 있습니다.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홈피 속의 공채들을 다 헬 듯합니다.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공채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. 공채 하나에 추억과 공채 하나에 사랑과 공채 하나에 쓸쓸함과 공채 하나에 동경과 공채 하나에 시와 공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, 어머님, 나는 공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. 대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엄마친구 아들들의 이름과,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,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, 삼성, 엘지, 금호, 한화, stx, GS, 롯데 이런 기업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.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.. 더보기
쉽게 쓰여진 자소서-윤동주 시 패러디 2탄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서류 합격은 남의 얘기. 구직자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자소서를 적어 볼까.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.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, 둘,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,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? 구직은 하기 어렵다는데 자소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. 서류 합격은 남의 얘기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,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, 기적처럼 올 합격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.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. 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 구직 시절 썼던 글입니다. 싸이,네이버, 다음 모.. 더보기